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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뉴스에 대해

촌지 근절 대책, 촌파라치가 완성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6.

촌지.
근절될까?

서울시 교육청에서 예상치 못한 강공을 들고 나왔다.
촌지를 신고하면 보상금을 준다는...
청렴도에서 하위권을 고수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이 곳에서 나온 이야기라 상당히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예를 들어 재단 납품비리를 신고한 교사들이 파면되는 곳,
대형사고를 저지른 교장들에게는 솜방망를 내리치고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평교사들에게는 철퇴를 가하는 곳.
(정치적 보복의 성격이었겠지만)
촌지를 신고한 학부모들이 아이가 다닐 학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서울시 교육청 관할하의 서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대책이 생색내기에 불과한지
촌지 근절을 위한 진정성이 있는지 알아볼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촌파라치를 인정해 줄 것인가의 여부다.

촌지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외에는 모른다.
촌지를 걷는 모임에 갔다 하더라도 그 모임이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총대를 맨 사람도 결국 증인이 필요한데, 그 증인이 되는 학부모도
촌지를 주고 나서 교사를 배신해야 하는 셈이 되므로
가급적 잘 나서려 하지 않게 된다.

또한 전달하는 순간 녹음을 하거나 사진을 찍지 않는 이상 증거가 없다.
따지고 들면 촌지가 건네진 증거 얻기가 너무나 어렵지만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자식 이름 걸고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가 어렵다.

상식적으로는 신고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다.
모든 과정을 의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한
확실한 증거를 갖고 신고할 길은 거의 없다.
즉, 촌파라치 만이 신고포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촌파라치가 일을 벌이는 방식을 상상해 본다.
초보 촌파라치는 자녀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학기 초 주도적으로 학부모들을 모은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 10명을 확보하고 30만원씩 걷는다. 총 300만원.
전달할 과일 상자 사진 찍고 직접 전해주면서 녹음을 한다.
장소를 지정하고 교사로 하여금 찾아가라고 하는 경우는
잠복한 이후 찾아가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렇게 하면 포상금이 3천만원이 된다. 10배 이므로.
그리고 아이를 전학 시켜서 한 번 더 한다. 
이론적으로는 매년 할 수 있다.
 
노하우가 쌓이면 기업형으로 할 수도 있다.
친지들, 친구들 혹은 아는 분들 자녀가 있는 곳에 가서 컨설팅을 한다.
촌파라치 노하우를 공유한 다음 수익금의 일부를 나눠 가진다.
어떤가. 돈 벌이가 될 것 같지 않은가?
또한 촌파라치가 초기 호황을 누리면 촌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것 같지 않은가?
어떤 간 큰 교사가 그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부정적인 면도 많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번 신고포상제가 촌지를 근절하기 위함이라면
일부 문제를 무릅쓰고라도 촌파라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일부 부작용을 지적하며 촌파라치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번 제도 도입의 진정성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 별로 환영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대보겠다.

- 신고자 보호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노골적인 촌파라치만이 가능한 이유이다.

- 서울시 교육청이 한다는 것에서 신뢰가 떨어진다.
그간 결정적인 순간마다, 비리의 몸통에 대해서는 단호하지 못했던 과오가 너무 크다.
이번에도 촌파라치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 현재 이 기관의 수장을 맡고 있는 분이 선거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법정에 있다. 
2심까지 유죄를 받고 있는데 이 와중에 비리근절 대책이 나온 것이 아무래도 어색하다.

교육 분야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책임자가 등장해야 한다.
스스로 떳떳한 사람들이 개혁을 이끌었으면 한다.
그것도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우리 선생님들이 참 안쓰럽다.
돈 몇 푼에 영혼을 팔고 계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런 논란이 있는 사실만으로도 부끄러워 하셔야 한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