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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뉴스에 대해

왜 변희재가 진중권을 욕하냐하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7.
우선 변희재의 과거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희재는 진중권의 같은 과 12년 후배입니다. 12년... 한참 후배이지요. 그리고 진중권은 서울대 미학과 최고의 스타입니다. 변희재와 같이 미학과를 다닌 사람들에게 진중권의 이름은 거의 '신'과 같은 무게를 지닙니다. 진중권의 책을 닳도록 읽었지요.

한 마디로 추종자였다는 말입니다. 변희재는 그렇게 자랐습니다. 그가 극구 부인한다 해도 많은 사람들은 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그가 나름 글재주가 있어 활동했던 공간은 진보성향의 매체였습니다. 그가 안티조선 논객이었다는 것이 지금에 와서는 믿겨지지도 않지만 그는 진중권의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노립니다. 자신도 또 하나의 진중권이 되는 꿈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아나요. 진중권이 자신을 주목해 줄 지. 그가 불러주면서 '비로소 꽃'이 되는 꿈을 갖게 됩니다.

당시 변희재의 글이 진중권과 논쟁적인 흐름을 갖고 있었던 것은 달리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주목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맞장 토론 형태의 상황만 만들 수 있다면 단박에 같은 레벨로 올라서는 것일테니까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가 군소규모의 인터넷 매체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인터넷 매체는 어텐션에 굶주립니다. 이슈를 만들어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지요. 없는 이슈도 만들어내야 하는 형편인 것입니다. 그가 단골로 써먹은 이슈는 바로 진중권이었습니다. 즉 진중권에 대해서 걸고 넘어지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과 매체 어텐션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결과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논객들을 제외하면 이러한 이야기조차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중권의 반응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변희재는 철저히 무시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매체활동과 관련하여 진중권과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설도 있지만 그렇게 까지 대등하게 대화를 나눴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구애와 무시가 반복되었겠지요.

변희재는 그 뒤로 변했습니다. 노는 물을 바꿨습니다. 가난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미련을 버리고 국내 최대의 매체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중권에 대해서도 격식을 갖춰 논쟁을 거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그대로 쏟아내듯 거의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의 본격적인 시작은 아마도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 논쟁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뒤로 진중권이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일거수 일투족에 일일이 욕을 해댔는데 그 집착이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인생을 걸고 진중권의 뒤만 따라다니는 삶. 무섭지 않나요?

진중권이 심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진중권이 변희재에 대해서 했던 언급이 의미심장합니다. '듣보잡'.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속어입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갑자기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욕을 하는 사람이 등장했는데 '듣보잡'이라니.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진중권에게 변희재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혹 그의 글을 몇 번 읽었고 혹 몇 번 마주쳤을 지도 모르지만 인상적이지 못했다, 혹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표현인 것이지요.

이 말이 사실 변희재에게는 결정적인 한 마디가 아닐까 합니다. 가슴엔 대못을 박는 한 마디. 그간의 어떤 기대감을 산산히 흩어버리고 만 것이지요. 뒤를 따라다니며 욕을 하면 그 사람이 돌아서서 '미안하다, 너를 몰라봤구나. 넌 참 괜찮은 애야...' 라고 다독여 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뒤돌아선 진중권은 '넌 뭐야! 못 생긴게 왜 귀찮게 졸졸 따라다녀!'라고 무안을 줍니다.

마침내 변희재는 증오의 화신이 됩니다. 인터넷 재갈물리기에 총대를 맵니다.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진중권을 비롯한 진보적인 지식인, 문화예술인을 고발하고 뒤를 들추고 다닙니다. 진중권과 관계된 모든 것에 증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에 대해서도 악담을 쏟아냅니다. 변희재가 대학생 시절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 노무현의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변희재의 눈빛을 보십시오. 광기가 번득이는 것 같습니다.

그의 영혼을 불쌍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마음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진중권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멀리 지나가 버렸을까요?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랑과 인정을 얻지 못해 미움이 증오가 되었습니다. 증오의 불길이란 남들을 태우기 전에 자신을 먼저 태운다는 것을 깨우치길 바랍니다.

변희재 님, 이제 그만 다 내려 놓으시는게 어떨지요. 보기 안쓰럽습니다. 


참고글>>
진보에서 보수로 변신한 '꺼삐딴변'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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