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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뉴스에 대해

노무현, 그를 보내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5.


노무현.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었습니다.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준 사람. 국민의 대표라는 이름으로 나서서는 그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당당했고 국민 앞에서는 한없이 친근했던, 그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국민장으로 결정났다지요. 그의 죽음을 전하는 뉴스를 보면서도 처음엔 사실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틀이나 지난 지금에야 조금 실감이 납니다. 그리고 쉽지 않았지만 그를 보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보내드려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는 폭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겐 그런 이미지가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대세를 장악하는 권위와 현실감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원칙의 선명함과 논리의 치열함이 그를 지탱하던 두개의 축이었지요. 그는 인간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감동을 줄 줄 알았던 정치인이었습니다. 속물적인 세계에서 이단아였고 단연 돋보이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는 권력의 정점, 그 주변에도 미치지 못하다가 단 한번의 도약으로 대권을 잡았습니다. 그에게는 두번의 기회는 없었으리라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권력을 잡은 순간 부터 그는 벌떼처럼 달려드는 기득권 세력들에게 물어뜯기기 시작했습니다. 포용력은 없었지요. 논리적인 사람이었고 원칙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적도 적이고 과거의 동지들마저 새로 적으로 삼았지요. 그는 탄핵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승부사였고 국민들은 그를 지켜주었습니다.

국민들이 기회를 주었을 때, 총선에서 과반을 얻은 직후, 그에겐 유일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그가 좀 더 과감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좀 더 폭넓게 끌어안았다면 어땠을까요. 결과론이자 다 부질없는 이야기겠지요. 그의 선의와 그의 진심을 세상은 조롱하고 멸시했습니다.

광우병 촛불 때문이었을까요? 나락으로 떨어지는 공포를 겪고 난 현 정권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그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5년간 많은 지지자들이 떨어져나가고 기득권 세력에게 무시 당하기만 했던 전직 대통령. 그는 여전히 꼿꼿했고 또한 파괴력이 있었기에 그를 향한 보복의 칼날도 집요했습니다.

건강도 한없이 나빠졌다지요? 정신은 한층 더 아팠을 것입니다. 그가 죽음을 선택하자 비로소, 과거에 비해 그가 얼마나 깨끗한 대통령이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겠더군요. 은퇴하는 친구에게 마을을 꾸미라고 준 돈이 댓가성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다시금 고개를 듭니다. 마지막까지 조금만 더 원칙을 견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는 구차함에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죽어야 할 정도로 죄를 짓지 않았다면 딱 그만큼 그에 대한 수사에 부당함이 있겠군요. 죽어서도 예우 받지 못하는 대통령. 그가 남긴 선례가 앞으로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 

정치보복에 희생되어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만 전직 대통령. 살아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그 꿈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당신을 기립니다. 고이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