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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뉴스에 대해

녹색성장? 칠을 벗기니 회색인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6.
평소 환경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면서 환경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알지만 가끔은 한 마디 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어릴 적 읽은 동화의 한 대목입니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어린양들이 지키는 집에 늑대가 나타나 문을 두드립니다. 엄마 목소리를 흉내 내지요. "엄마다, 문열어라~" 문을 열어줄까 하다가 똑똑한 막내가 외칩니다. "엄마가  아무나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어요! 엄마가 맞다면 앞발을 내밀어봐요!" 앞발이 까매서 탄로난 늑대는 이번엔 밀가루를 잔뜩 묻히고 오지요. "진짜 엄마다~ 문열어라." 이번엔 어린양들이 속습니다. 문을 열어주고 말지요. 그리고는 막내만 빼고 모두 잡아먹히고 맙니다. (나중엔 다시 구해지긴 합니다.)

밀가루 좀 묻히고 왔다고 해서 늑대가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듯, 토목공사에 녹색 페인트를 뿌려댄다고 환경사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 정부는 경부운하를 추진하려 했던 정부입니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까만발을 문 아래로 들이민 경우였지요. 국민적 저항에 부딛혀 일단 물러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환경이 문제가 되자 이번엔 녹색성장을 들고 나왔네요. 녹색... 너무나 이 시대에 필요한 색입니다. 탄소배출량을 출여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고 세계 6위의 석유수입국의 오명을 벗어보자... 너무나 마음에 드는 구호입니다. 이것이 현 정부에서 나왔다는 것에 적응 안되는 분들 주변에 많이 계십니다. 어쨌든 밀가루를, 그것도 잔뜩 묻히고 왔군요.

문제는 하천을 정비해서 자전거길을 놓자는 것으로 '뜬금없이' 비약한다는 것입니다. '투르 드 코리아'를 위한 3000km의 제방길을 '깔고' 하천수량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수중보를 '놓고' 범람을 막고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고'... 가만히 듣고 있다보니 이건 영 늑대발이군요. 경부운하에 무슨 철학이 있었던 것이 아니듯, 이번에도 '삽질'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것 같습니다.

한강 고수부지나 안양천 중랑천 등 도심 하천변 자전거 도로를 상상하면서 막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체력도 단련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자전거 도로, 정말 좋습니다. 자전거 도로는 도시에 있기에 효용이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도시를 벗어나 인구도 적은 지방으로 뻗어나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효용이야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환경은, 다시 말해 지구는 우리 삶의 근본이자 터전입니다. 우리가 욕망을 추구하며 함부로 대할 때, 지구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인간을 거부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환경을 위한다면 욕망과는 반대방향으로 향해야 합니다.  조금만이라도 절제하고 조금만 더 불편하고... 그것이 우리가, 또 우리 자손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진실은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생태하천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오랜 세월 어렵게 이뤄온 철새도래지들도 뒤집어 엎고 그 위에 회색 구조물을 덮어가는 것이 녹색성장일까요? 욕망의 성장일 뿐입니다. 제발 녹색이란 말은 빼주길 바랍니다. 환경을 뜻하는 녹색이라는 말은 영리하게 살려는 사람이 함부로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말입니다. 더구나 조급하고 시야가 좁은 사람은 더더욱 안됩니다.

기왕 녹색이면 자동차 없는 도심도로를 자전거들이 점령해 누비는 상상을 해 봅니다. 자전거를 탄 인간들만이 누리는 하천이 아니라 수백만년 그 곳의 주인으로 살아온 동물들, 식물들도 함께 누리는 하천을 상상해 봅니다.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런, 자동차 사라고 세금 감면해 주고, 경유차 사라고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해 준다고 하는군요.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물을 퍼내는 일, 신뢰를 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