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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뉴스에 대해

신종플루(SI)의 근본원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4.

지난해 광우병 공포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면 올해는 신종플루(돼지인플루엔자, SI, 신종인플루엔자A, 돼지플루 혹은 SI)이 또 다른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간단히 말해 돼지가 독감에 걸려서 그것이 사람에게 감염된다는 것인데, 조류독감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가 종을 넘나들면서 확산되는 현상이다.

치료약은 있지만 증상이 워낙 일반 감기 증세와 같다보니 초기 대응이 어렵고, 자주 있던 질병이 아니므로 인체 면역기능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독감이 0.1% 미만의 치사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10~20%에 이르는 치사율은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국내에도 환자가 확인된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돼지독감의 발생원인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멕시코의 돼지농가, 특히 발생지로 추정되는 마을 인근의 대규모 돼지 사육장(미국식품회사 소유)도 조사해 봐야 하고 멕시코의 기후나 위생관리 실태 등도 고려대상이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핵심을 지목하자면 공장식 축산이다.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비정한 집단사육, 바로 그것이다. 해도 들지 않는 좁은 축사에 갖혀지내는 동물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점점 쇠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잘 걸린다.

미국에서 도살되는 돼지의 70% 정도가 폐렴에 걸린채 죽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처럼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은 대개 병에 걸려있다. 병에 걸려도 집단폐사하지 않는 유일한 버팀목은 바로 항생제이다. 항생제는 기본적으로 사료에 섞여 들어가고 증세가 심한 가축에는 고단위 주사가 놓여진다.

항생제란 생체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세균활동을 억제하지 않으면 병이 전염되어 가축들이 모두 죽어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량 투입하게 된다. 이처럼 항생제 세례를 받은 가축들은 몸에 항생제가 축적되게 되어있고 고기나 계란을 통해 사람도 섭취를 하게 된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 생긴 세균들이 생겨나고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다. 가축들의 면역력은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항생제도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가 퍼져버리면 재앙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기 전에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가축들의 면역력 약화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세균만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진 것이다. 과거에 비해 세계 곳곳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동물인플루엔자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멕시코에서 발발한 돼지플루도 다 면역력 약화가 근본 원인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앞으로 동물독감이 점점 다양해지고 증상도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 만큼 사람에게 전염되는 종류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가 생겨나 퍼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확산의 순환고리를 끊는 방법은 현 단계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육식의 욕망에 길들여져 왔고, 공장식 축산을 포기하기 어렵다. 15억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분량의 옥수수가 미국에서만 가축들 사료로 소진되는 현상에 분노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는 쪽이다.

고기, 꼭 먹어야 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역시 과도한 항생제로 가축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방치한 채 세균과 바이러스에 점령당한 고기를 어쩔 수 없다며 계속 먹는 일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재앙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