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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삶에의 단상36

[추천시] 나를 바라보기 - 원성스님 강의카페에 수강생이 올려준 시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나를 바라보기... 항상 어려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원성 스님의 고백이 그 담백함 만큼 아픕니다. 또 그 아픔의 무게만큼 마음에 켜켜이 쌓였던 짐들이 내려지는 느낌입니다. 나를 바라보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나는 언제나 겁이 많다. 싸움을 하면 옹졸했고 시샘이 많아 욕심도 많았다. 잠이 많아 부지런하지도 않고 기억력이 없어서 공부도 못했다. 잘 참지도 못해 끈기도 없을뿐더러 마음이 약해 눈물이 많다. 누가 내 약점을 알까 봐 위선을 떨었고 잘난 체하려고 가식적이었다. 남의 말을 듣기 전에 내 말이 앞섰고 내 생각대로 해 버리고 고집쟁이였다. 욕망은 생각에서 지울 수 있지만 외로움은 견딜 수 없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나쁜 것만 모조리 안고 있는 .. 2010. 10. 9.
오래 산다는 것에 대해 오래 사는 것은 축하받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왠지 조금 아쉽다.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사이] 서문에 있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50세에 생을 마감한 한 유대교 율법 학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런 아쉬움에 대해 생각을 풀어나갈 단초가 아닐까 한다. 가족이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장남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긴 삶을 사신거야." 가족들은 모두 화를 냈다. 그렇게 일찍 돌아가신 분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장남의 답은 이랬다. "아버지께서 충만한 삶을 사셨기 때문이야. 값진 저서를 여러 권 남기셨고, 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분이셨어." 단명한 사람에 대해 주위 사람들의 슬퍼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역시 동전의 이면과 같다. 활짝 피어보지.. 2010. 6. 15.
사랑하시나요, 좋아하시나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 판단을 잘 해야 지속가능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표, 즉 사랑지표와 호감지표가 있다고 합니다. 1973년 미국의 심리학자 직 러빈 Zick Rubin 은 이 두 가지 지표를 개발하여 설문조사를 했다는데요. 설문의 내용이 의미가 있는 듯하여 올립니다. 사랑지표 1. 애착 - 그와 같이 있지 않으면 슬프고 힘들다. 2. 헌신 - 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3. 고백 -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을 수 있다. 호감지표 1. 소통 - 그와는 이야기가 잘 통한다. 2. 신뢰 - 그의 판단은 언제나 믿음직하다. 3. 공통점 - 그와 나는 닮은 점이 많다 이 조사의 결론은 이렇습.. 2010. 5. 12.
나는 온몸으로 나인가  시를 읽으며 전율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온몸으로 나인가... 고심하게 되었습니다. 그 느낌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零下)에서 영상(零上)으로 영상(零上) 오도(五度) 영상(零上) 십삼도(十三度) 지상(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 2010. 5. 2.
무엇 때문에 살기를 계속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사는가. 쉽게는 낙이라고도 하지요. '이게 없었다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라고 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을 주로 말합니다. 퇴근 후 술 한 잔, 영화 보기, 노래 듣기, 레포츠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낙이네요. 하지만 낙이라는 것만으로는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합니다. 이런 대목에서는 의미가 요구되니까요. 그런 쪽으로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좋은 책을 만나는 것, 진지하고 생각하게 하는 대화, 잘 진행되는 코칭, 교감하는 강의... 등이 떠오릅니다. 이런 것들은 나를 깨어나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낙도 되고 의미도 되는 셈입니다. 한편 무엇을 꿈꾸는가... 도 있습니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낙과는 .. 2009. 12. 15.
과정과 결과, 좋음의 미스매치 우리는 보통 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좋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벼락치기를 했어도 시험만 잘보면 되고, 실력이 없어도 합격만 하면 되고, 어떻게든 좋은 학벌을 만들어서 자리만 차지하면 된다고 여깁니다. 일단 먹고 보자는 마음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관찰해 보면 어떤가요. '일단 좋았던 결과'가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지요. 결과를 얻기 이전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것이 바로 삶의 오묘함이지요. 결과 지향에는 위에 예로 든 것들 보다 더한 일들도 많습니다. 무슨 대단한 일이 있는 양 사업 아이템을 부풀려 주가를 올려놓고 돈을 많이 챙긴 다음 팔아버린 주식을 휴지로 만드는 사람도 있지요. 정규직을 내몰아 빈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워서 경영을 하고 그래서 돈.. 2009.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