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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책을 읽다가

유누스의 위대함, 세상을 바꾸는 힘에 대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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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세계여성포럼


지난 달 서울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세계여성포럼이 그것이지요. 12일에서 14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었는데요.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유누스 총재가 세계여성포럼 조직위원장의 자격으로 내한한 것입니다. 세계 빈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그는 왜 세계 여성포럼의 조직위원장이 되었을까요? 그 내막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은행에 가본다고 가정해 봅니다. 예금을 하러갈 때와는 달리 돈을 빌리려고 하면 그 자리는 그리 편한 자리가 아닙니다. 담보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재정능력을 검증받아야 하지요. 아내가 전업주부라면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채무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가난한 후진국일 수록 그런 경향이 더 커지는가 봅니다. 특히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런 가운데 놀라운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현재 그라민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730만명에 달하는데 이중 여성이 97%라는 것입니다. 그라민 은행이 없던 시절, 방글라데시의 여성 대출자 비중은 1%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지요. 유누스 총재가 술회하듯, 소액대출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관습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대출에 대해 여성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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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노벨상

그라민 은행이 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아닌 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지요. 이 은행은 궁극적인 빈민구제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빈민을 도와주되 직접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음식을 구해 조리하고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지요. 그라민 은행원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손님들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행원 1인당 관리할 대출자가 평균 400명 선이며, 이들 대출자들이 로드맵대로 잘 갱생하고 있는지 관리하고 문제가 있으면 같이 해결해가는 것이 직원들의 직무입니다. 돈 빌려줄 때만 (과도하리만치 부담스럽게) 관심을 보여줄 뿐, 만기일까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일반 은행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요.

그러다 보니 그라민 은행의 대출금 회수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98%! 빌려간 사람들이 극빈자들 위주의 가난한 사람임에도 거의 모두가 갚는다고 봐야겠네요. 방글라데시처럼 부조리가 심화되어 있고 신용의 개념도 부실한 나라는 물론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수치입니다. 참고로 수 년전 방글라데시의 어떤 국책은행의 대출금 회수율이 10%였던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유누스 총재에게는 여성대출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성에게 대출했을 때 그라민 은행의 설립목표인 빈민구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빈민구제는 개인만 챙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생계의 단위인 가정까지 챙겨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가정적이지요. 유누스 총재는 경험에서 우러난 확신으로 여성을 통해 가정에 돈이 들어간 경우가 보다 더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지난 25년간 소액대출이 뿌리를 내리면서 여성이 주체가 되어 빈민가정에 경제활동이 생겨나면서 여러가지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권리가 크게 신장되었다고 하지요. 그 양상을 몇 가지 추려보지요.

♦ 대출자 소득 증가 : 평균 6배
♦ 여성근로 형태 : 농사 품앗이에서 자영업으로 이제는 그라민폰으로 전화사용료 수입까지
♦ 1인당 출산 감소 : 25년 전 1인당 6.5명에서 현재 3명 이하로 축소(가족계획에 여성의견 반영)
♦ 인구증가율 감소 : 매년 3%씩 성장하던 인구가 현재 1.4%선으로 대폭 감소
  (주변국 보다 현격히 낮은 수치)
♦ 빈곤율 감소 : 절대 빈곤국가 방글라데시가 현 추세를 유지할 경우 2015년 빈곤율 50% 이하 달성
♦ 평균 수명 증가 : 25년만에 56세에서 65세로 증가(최근 여성수명이 남성수명을 추월)
♦ 평균 학력 상승 : 중학교에 진학하는 여성 증가
♦ 꾸준한 경제성장율 :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로 주변국보다 내실있는 성장
♦ 보건부문의 개선 : 유아사망, 산모사망 급감

어떤가요? 세계 빈민들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유누스 총재가 왜 세계여성포럼의 조직위원장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시지요? 한 사람의 진실함이 지혜와 만나면 온 세상을 바꿔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눈 앞에 보여준 유누스 총재. 짐심으로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분입니다. (사진출처. 뉴시스, 유누스총재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