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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뉴스에 대해

김종훈, 판돈 찾아오랬더니 개평 좀 얻어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6. 22.
이번에 김종훈 본부장이 미국과 추가협상을 하고 돌아왔다. 정리하면 이렇다.

누가 남의 돈을 불법도박판에서 완전히 거덜냈느데 그를 대신해 똘똘한 부하가 판돈을 찾으러 갔다가 잔푼 개평을 조금 얻어왔다.

왜 개평에 불과한가.

1. 미국서 '품'자 도장 찍어오면 30개월 넘었는지 의심하지 말고 잔소리 말고 먹어야 한다.

2. 30개월 미만 위험부위 중에서 우리가 안먹는 건 막았고 많이 먹는건 들여온다. 뇌, 머리뼈, 눈, 척수 먹는 분? 곱창, 사골, 꼬리, 갈비... 안먹는 분? 이런 걸 일컬어 '파리채로 날파리는 막았는데 도둑이 들었다'고 한다.

3. 검역주권을 되찾은 듯한 수사가 넘쳐나지만 의미있는 개선이 없다. 독소조항이 수정되지 않았고 90일 까지는 문제있는 도축장을 걸러낼 수 있지만 그 이후는 할 수 없다. 우리의 의사보다 OIE기준이 우위에 있고 검역주권도 결국 없다.

미국도 하도 귀찮게 하는 통에 인심 쓴다고 잔돈 푼 돌려준 정황이 보인다. 처음엔 꿈쩍도 안할 것 같더니 몇 가지는 양보한 것이다. 물론 본질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지만...

김종훈, 그는 카리스마 있고 협상력도 있는 우리나라 몇 안되는 담판형 외교관이다. 그가 열심히 했는데 결국 성적이 안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의 상관이 그의 행보에 족쇄를 물렸기 때문이 아닐까? 가기 전부터 그는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협상 권한이 주어졌다. 그에게는 상대를 철저히 조여갈 카드도 사실 없었다. 마지막 무기라면 판을 깨는 것 뿐? 보도에 따르면 그는 2번인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고 하는데... 그것이 단지 제스처에 불과했다면 거기에 중대한 전술적인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고 본다. 그래야 될까 말까한 판이었다. 벼랑끝 전술인 셈인데 미국이 오히려 다급해지고 한국은 협상우위를 점할 기회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서 그것은 선택가능한 대안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사대주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현 정부와 여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들은 협상 실패 후 먼저 맞아야 하는 뭇매를 감당할 수 없는 경박한 사람들로서 도무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협상가이므로 본능적인 직감으로 그도 판을 깨야 유리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는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낙제 성적표를 들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거기에 있다.

설마 돌아오려는 그를 극구 말린 사람들이 국내에 있었을까?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상상이지만 높은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 남의 돈을 다 날려놓고도 생색 낼 정도의 푼돈 개평... 그것만으로 상황을 수습 해보려는 사람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잃어버린 판돈을 되돌려 받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는 이들...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일지...

만일 김종훈, 그가 판돈의 주인인 국민들을 생각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귀국길에 올랐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일단 욕을 엄청나게 먹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정부와 국민간에 실낱같은 신뢰의 끈을 비로소 이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지지 속에 미국과의 협상력도 현격히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을 발상의 전환이라고 한다.

그만 탓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 역시 그 누구보다 국민을 믿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중대한 기회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