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개인 비망록

엔니오 모리코네 시네마콘서트 Part II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9.

영화음악의 거장, 살아있는 전설 엔니오 모리꼬네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27일 저녁 무대였습니다. 그가 만든 음악들, 영화 보다도 더 유명해진 그의 음악들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졌습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넓은 공간이고 공연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음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헝가리 기요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00명으로 구성된 윤학원 코랄 합창단이 함께 했지요. 넓은 무대가 좁아 보일 정도의 대형 공연이었습니다. MBC에서 촬영을 했는데 무대 좌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솔리스트나 연주의 주요 대목을 적절히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었네요.

각 악기별로 클로즈업 장면들이 이어졌는데 한 가지 주목한 것은 연주자 면면에서 느껴졌던 카리스마입니다. 워낙 서정적인 곡조다 보니 연주자 또한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특히 비올라 솔로를 맡은 연주자는 한 음 한 음 정성을 들여 멜로디를 살려냈는데 그 표정이 인상에 남습니다. 그리고 집시풍의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무대를 장악하고 전율을 선사한 미녀 소프라노(수산나 리가치라고 합니다)도 빼놓을 수 없네요.

시네마천국, 미션, 원스어폰어타임인 아메리카, 석양의 무법자 등 그의 영화음악 베스트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 모리꼬네 옹을 좋아한다고 자부했지만 처음 듣는 노래도 몇 곡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 시실리안패밀리 주제곡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열렬한 기립박수와 열광적인 호응에 기분이 한껏 좋으셨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무려 4곡이나 앙코르에 응해 주었지요. 준비한 연주가 모두 바닥나자 마지막엔 과도한 액션으로 악보집을 '탁'하니 접어서 옆구리에 끼고 퇴장을 하시더군요. 이태리 사람의 끼가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시작 전에 고 노무현 전임 대통령을 기리는 묵념이 있었습니다. 나이 많은 몇몇 분들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계셨지만 저로서는 많은 분들과 함께 그 분을 기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비보를 듣고 모리코네 옹이 무척 가슴 아파했다고 하는군요. 2007년 첫 공연 때가 노 대통령 재임하던 기간이었지요 손님의 입장에서 초대한 나라의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나 했었는데 뜻밖에도 귀한 시간을 갖게 해주신 L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