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화, 영문 제목은 노란 국화의 저주 정도 되겠다. 중양절 궁궐 국화꽃 위에서 벌어진 역모가 영화의 테마이다. 황제의 일가족 내 치정사라는 단순한 플롯으로 스펙터클한 영화를 한편 빚어냈다. 전개가 빠르고 화려한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볼만한 영화다.
영화에 대한 평은 별로 좋지 않다. 줄거리가 빈약하다는 점, 극 전개에서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고, 특히 감독의 스타일이 많이 달라져 실망이라는 평이 많았다. 확실히 장이모우 감독은 2002년 영웅을 시작으로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 연인도 그랬고 이번 황후화도 그렇다. 아니 예전보다 더 화려한 중국, 웅장하고 강대한 중국을 보여주는데 집착한다. 예전 붉은 수수밭 이래 사람 냄새 나는 섬세한 작품들을 기대하는 팬들로서는 적응이 어려울 지경이다.
실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장 감독은 반골기질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는 상당히 중화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예술인인듯 하다. 그는 과거 중국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특히 문화혁명기의 극좌노선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었다. 노골적으로 할 순 없었기에 택한 것이 사람의 가치를 앞세운 섬세한 영화들이었다. 거기까지다.
그 후 중국은 변했고 이제는 새로운 이념으로 중화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장이모우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젠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서 예산도 마음껏 쓰면서 중국을 미화하고 치장하는데 공을 들일 것이다. 의도가 앞서가다보니 형식이 화려해지고 내용이 어색해진다. 욕도 많이 먹은 만큼 차츰차츰 보완을 해갈 것이다.
21세기 최강국 중국을 맞이하라며 전세계 사람들에게 고하는 영화라는 느낌이다. 올림픽이 있었던 2008년, 그 1년전에 개봉한 영화. 중국은 자신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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