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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영화와 공연

적벽대전, 원작과 비교한 캐스팅 품평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15.
개봉을 기다리다 개봉 첫주 시간을 내어 보았던 영화, 적벽대전. 주인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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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듯 주연은 양조위가 그려내는 주유다. 그의 상대역은 금성무의 제갈량이고 절대악을 상징하는 적은 장풍의가 그려내는 조조다. 삼국지의 실제 주인공 3인방인 유비, 관우, 장비 형제들은 영화에서 그 비중이 현격히 떨어진다.  영화의 소재가 적벽대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사를 보더라도 이 전쟁의 영웅은 오직 주유이므로 극이 제대로 전개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나관중 원작의 삼국지를 여러 작품을 통해, 심지어 게임등을 통해 접해 보았는데 자연 주인공들에 대한 인상이 서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설정한 인물들에 색다른 재미를 느꼈는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적벽대전의 캐스팅을 품평해보기로 한다.

1. 주유 - 원작에서 그려지는 주유의 카리스마와 냉정함은 양조위에 의해 상당히 부드럽게 변모한다. 미인으로 소문난 아내에 대한 자부심은 원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평소 아내와 더불어 그토록 살갑게 지냈을지...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포용력과 다정다감함은 줄이고 날카로움과 차가움을 가미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장단점이 있었겠지만 손권역의 장첸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주유의 본래 이미지로 어땠을까... 싶다. 그나저나 양조위는 언제나 멋있다.

2. 제갈량 - 금성무는 훈남이다. 그는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 뭇사람들을 설레게 만들 수 있는 외모를 지녔다. 거기에 유머감각을 느끼게 하는 살인미소까지... 그런데 제갈량 역은 좀 어땠을까. 젊은 날의 제갈량은 독특한 이미지를 풍겼다. 젠틀하고 성실한 '훈남' 이미지였다기보다는 생각과 행동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조금은 낯설고 때론 신비스런 인물이었다. 금성무의 연기도 나름 인상적이었지만 워낙 말끔한 외모가 감점요인이랄지.

3. 조조 - 조조는 목소리가 유명했다. 가늘고 경박한 음성이 워낙 독특했던 것이다. 장풍의의 멋진 바리톤은 그 기대를 무너뜨리는 면이 있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조조의 카리스마를 그런대로 잘 살려냈다. 황제를 겁박하는 장면이나 새로 합류한 부하들의 군기를 잡는 장면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다만 주유의 아내인 소교를 벽에 그려 붙여놓고 매일 밤 야릇한 상상을 하는 장면은 조조의 성격으로 볼 때 좀 심하게 그린 것이 아닐까 싶다. 행동가로서 나타나고 사라짐이 신속해 부하들을 놀라게 했다는 조조. 장풍의는 좀 느렸다.

4. 유비, 관우, 장비 - 워낙 극중비중이 떨어져 품평을 하기도 버겁다. 다만 관우역의 장수가 전쟁신에서는 땅만 밟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 관우는 마상에서 청룡언월도를 들고 상대 장수의 목을 베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땅위에서 적의 졸개들만 쓸어버리고 있었다. 아! 관우여! 말타는 법을 배울지어다.

5. 손상향 - 중국영화, 좀더 정확히 말해 홍콩영화에는 소위 말괄량이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 중국어로 잉잉~거리는 여배우들이 귀엽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데 조미도 대표적인 말괄량이 여배우이다. 손권의 여동생역을 나무랄데 없이 잘 소화하긴 했는데 유비의 아내가 될 역할로서 외모면에서 왠지 아쉬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

6. 손권 - 가장 아쉬운 것은 얼굴형이었다. 손권은 턱이 발달한 형으로 눈도 파란색이고 상당히 이국적인 외모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아뿔싸, 장첸은 V-라인이다. 한편으로 장첸은 광기어린 연기에 상당히 능한데 장기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다. 손권은 그리 광기있는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이 참전을 설득할 때 선을 넘을듯 말듯 해서 긴장을 하며 보기도 했다. 주윤발이 주유역을 맡기로 하다가 막판에 빠졌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외모만 봤을 때는 손권역에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신 푸른색 컬러렌즈를 껴야했겠지만...

7. 소교 - 중국역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인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리는 주인공. 린즈링은 외모 자체보다는 분위기가 참 예쁜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조란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지혜로와 보였다. 원작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원작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훌륭한 분위기 연출이었다고 본다.

영화가 반드시 원작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모든 것을 바꿀 재량이 주어진다. 판단은 관객이 한다. 쓰고 보니 캐스팅과 감독의 연출에 딴지를 거는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결코 그런 의도는 아니었음을 밝힌다. 기대만큼 재미있는 영화였고 올 겨울 후편이 기다려지는 영화였다. 배우들 모두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겨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