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소를 먹었다. 20세기 후반까지도 소의 성장을 촉진하고 고기육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차원에서 소에게 소를 도축하고 난 부산물들을 먹였다. 이러한 행위가 시작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소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는 광기를 보이는가 하면 걸음을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죽어갔다.
인간도 식인종이 있었고 식인 풍습이 있었다. 20세기에만 해도 파푸아 뉴기니 섬에는 죽은 부락민의 시체를 나눠 먹는 풍습이 실제로 있었는데 이들은 주로 여인들과 아이들이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인간 광우병으로 죽어갔다. 식인풍습을 없애자 차츰 발병이 줄어들었다.뇌가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리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무서운 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으로 불리우는 인간광우병이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극도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주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을 때 프리온단백질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통칭 광우병은 동종의 개체를 먹었을 때 자연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식인종에게서, 육골사료를 먹은 가축들에게서 자연 발생한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우리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생명 현상의 신비로움
영토 분쟁과 같은 이유로 같은 종끼리 죽이는 일은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같은 종끼리 잡아먹는 일은 드물다. 종족끼리 잡아먹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면 그 종이 오랫동안 번식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자식을 낳아 바로 잡아먹는 종이 있다면 그 종은 살아남을 리가 없는 것이다. 즉 모성애 부성애는 종족번식의 가장 기본적인 매커니즘이겠다.
같은 종끼리 잡아먹는 일이 상당히 금기시 되어야 한다고 할 때, 광우병 발생 원인을 생각해 보면 그것이 상당히 경외롭다고 하겠다. 한 두 차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같은 종족을 먹었을 때 체내에서 매우 특이한 단백질이 만들어지며 이것이 생명의 근간인 뇌를 파괴하고 그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 말이다.
이는 생명현상을 주관하는 어떤 힘(혹은 의지)이 실재하며 그 힘이 우리 주변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종족살해와 포식으로 인한 종족의 멸종을 막는 강력한 장치, 프리온. 신의 섭리를 어긴 인간 혹은 동물들에게 내려진 형벌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물과의 수간에서 그 근원을 추정하는 AIDS와 오버랩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지?
소를 광우로 만든 것이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듯, 광우를 식용으로 파는 사람도, 무언가를 위해 광우를 겁없이 들여오는 사람도 삐뚤어진 욕망의 화신인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신이 있다면 애꿎은 소만 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욕망의 노예들도 반드시 벌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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