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웹이라는 인프라가 세상을 변화시켜가는 양상을 담은 우메다 모치오의 걸작 『웹진화론』의 후기(Review)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웹진화론』에 담겨있는 미래를 읽는 혜안들로 일본 사회가 경험했던 강한 경각심과 막연한 두려움들이 여진처럼 모여서 이 책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 나눴던 대화를 그대로 옮긴 이 책은 블로그로 상징되는 웹2.0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적응과정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룬다.
인터넷 없이는 리포트를 만들지 못하는 젊은 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암기능력, 기본 교양의 저하라는 관점 보다는 실시간 정보에 접근하여 그것을 활용하는 새로운 능력으로 봐야한다는 관점이 신선하다.
익명성의 문제도 진지하게 다뤄지는 주제다. 현실계와 이상계의 극단적인 2분법을 경계하면서 저자들은, 블로그를 자기만족적인 매체로 활용하느냐,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로 구분할 필요를 제기한다.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될 수록 익명성 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이 타당했다.
공저자 히라노가 소설가인 때문으로 저작권의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된다. 다운로드를 허용하느냐 금지하느냐라는 낮은 수준의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와 그에 맞춰 새롭게 정립될 저작권 개념을 접하는 것이 수준 높은 관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며 또한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이 세상을 바꿔가는 장면에서도 그것을 이끄는 리더들의 역량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진다.
정보는 '흘러가는 국수'와 같다. 인상깊은 구절이다. 아무리 필요한 자료라 하더라도 꼭꼭 쟁여놓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볼 것인가.
서점 서가에서 죽 훑어보아도 좋을 정도로 분량이 얇다. 『웹진화론』의 후광을 입은 책이므로 소장가치는 높지 않다고 하겠다. 아직 『웹진화론』을 접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인간론 보다는 진화론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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