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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책을 읽다가

남 앞에 설 자격, 그 최고의 경지에 대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6.

조직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지식과 역량이 쌓이다보면 앞장 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전체를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지요. 옛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처럼 분수를 알지 못하고 날아오르다가 신상을 그르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남 앞에 설 자격... 그것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계량화하기 너무나 어렵지요. 과연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스스로 성찰해 리더에 도전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완벽한 기준에 대해 장자『人間世』에 나오는 한 구절이 그 화두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분량을 줄여 옮겨봅니다.

공자의 제자 안회가 입신양명의 뜻을 품고 공자에게 아뢰었다.
"가르침 대로, 선정이 베풀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불의가 횡행하는 나라에 가서 그 나라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안회의 마음 속에 준비가 부족함을 보고 허락하지 않았다.
"덕과 성실함 만으로는 사악한 무리들을 계도할 수 없고 몸만 상할 뿐이니라."

그러자 안회가 다시 아뢰었다.
"스스로를 낮추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보완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공자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럭저럭 할 수는 있겠으나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였으니 궁극적으로는 잘 되지 않을 뿐이다."

스스로 답을 구하지 못한 안회가 스승께 답을 구하자, 공자는 '삼가는 것'에 대해 말하였다. 계율과 가르침에 따라 조신하게 지내는 것을 일반적으로 '삼간다'라고 하나,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오직 마음을 삼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네 뜻을 하나로 모아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며, 마음으로 듣지 말고 영혼으로 들어라. 귀의 작용은 듣는 것에 그치며, 마음의 작용은 형상과 관념에만 그친다. 영혼은 비어 있으면서도 모든 것에 반응한다. 도는 이 빈 곳에 거처하니, 비우는 것이야 말로 마음을 삼가는 일이니라."

그 말을 듣고 안회는 스승의 뜻을 깨우쳤다. 마음의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덕과 성실을 이용하려 하고 대인관계 역시 겉치례의 예절로만 풀어보려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안회를 보고 자신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했음을 느낀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을 비우는 것, 그것이 시작점이다.
회야 이제 너는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잘 들어주는 귀가 있거든 노래를 부르고 그렇지 않다면 입을 다물어라.
그럼에도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

영혼을 위해 마음 속 오직 하나의 거처를 마련하여라.
그러면 어떤 경우라도 책략이나 속임수를 쓸 필요가 없으며 오래도록 길을 잃지 않게 된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걷는 일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발을 딛지 않고 걷는 일은 힘이 들 것이다.

날개로 나는 일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날개 없이 나는 바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지식을 통해 아는 일에 익숙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지를 통해 아는 일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비운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라.
진정한 비움은 가만히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천리마처럼 달릴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럴 때 모든 것들이 바뀌게 된다.

**
말만 잘하는 지도자 보다는 정서에 호소하는 지도자가 한 길 위에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어찌되었든 이런 것들은 역량에 해당하는데... 공자님은 아직 멀었다고 하는군요. 어려운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량있는 지도자 보다는 영혼이 교감하는 지도자가 아닐까 합니다. 털끝까지도 일체의 사심을 찾아보기 힘든 지도자, 그러기에 생각과 말과 행위가 어긋나지 않는 지도자, 스스로를 비웠기에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릇...

광야에서 초인을 기다리는 심정이 됩니다만, 최고의 경지는 과연 어렵군요.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 만을 탐하는 세태에서 지도자로서의 최고의 덕목이라할 삼가는 것이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할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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