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을 받으며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쉽지 않은 질문이라 한 주 동안 이런 저런 생각만 많았다. 마인드맵에서 풀어볼까? 떠도는 생각을 붙잡기에는 역시 마인드맵이 제격이다. 나열한 다음에 줄 맞춰 늘어놓으면 어느 정도는 생각들이 정돈된다. 다음은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말로 풀어본 것이다.
1. 나는 파워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모든 아빠들의 마음 속에 이런 욕망이 있지 않을까? 마인드맵의 한 가지 장점을 꼽자면 마음을 가리고 있는 가식이 어느 정도는 깎여 나간다는 것이다. 가식 만으로는 맵을 채울 수가 없고, 설령 채운다 해도 마음에 들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것들을 하나로 모아보니 의외로 여럿 되었다. 파워있는 아빠를 꿈꾼다? 아마 그런 모양이다.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는 아빠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유명해서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부를 포함해서 능력이 있어서 일 수도 있겠다. 혹은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는 아빠는 어떨까. 이런 것들 중에 여럿 갖춘다면 아이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향력 있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책을 내고 또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아빠. 혹은 미디어나 언론에 자주 등장하여 의미있는 이야기를 던지는 아빠가 그럴 것이다. 또한 나눔을 실천하고 가르쳐주는 아빠도 그럴 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 이를 통해 의미있는 변화를 이끄는 아빠는 어떨까. 영향력이 느껴진다.
2. 나는 모델이 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모델이란 무엇인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아빠를 말한다. 파워 있는 아빠가 된다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럽다. 하지만 언제나 결과 보다는 과정이 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된 것들을 따로 모아볼 필요를 느꼈다.
신뢰감을 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어떤 순간에도 정직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아빠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좋은 습관을 끊임없이 만들고 몸에 익히는 것은 어떨까. 또는 항상 배우고 성장하는 아빠도 신뢰감을 주는 모습이다.
가르치기 보다는 보여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비전을 가진 아빠, 그리고 그 비전에 열정을 쏟는 아빠가 되리라. 그리고 소명(Voice)을 구현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거기에 더해 건강한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다음으로는 시간의 힘과 함게 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시간의 힘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은 더디고 혹은 손해보는 것 같아도 결국 멀리 보면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으로 판명나는 행동과 결정을 말한다. 이런 이미지들이다. 일관되고 꾸준한 아빠. 원칙을 지키는 아빠. 긴... 호흡으로 나아가는 아빠. 여유와 안정감이 전해오는 아빠...
3. 나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현재의 모습에 가장 가깝지 않나 싶은 것들이다. 함께 있으면 즐거운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그렇게 되었다. 아빠와 노는 시간을 기다리고 하루라도 빠지면 서운해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긴 시간 함께 할 수는 없더라도 함께 하는 동안은 그야말로 배꼽을 뺄 정도로 웃어야 하고, 과감한 슬랩스틱도 마다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런 모습들을 더 추가할까 한다. 보다 많은 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는 가족, 그래서 여기저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함께한 아빠가 되는 것, 그것이 먼저다. 그 다음으로는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고민이 있을 때 엄마와 더불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어떤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빠가 된다면 참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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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동안에도 한 녀석이 부지런히 들락날락 한다. 아마도 조금 심심한 모양이다. 그리고는 묻는다.
- 왜 아빠에 대해 이렇게 많이 썼어?
- '그렇구나. 아빠가 해야 할 일이 참 많구나...'
사실 이 녀석보다 더 무서운 채점관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잠시 답을 못하고 있으려니 아기 고양이 눈망울을 하고 잠시 갸웃한 다음 장난을 친다. 가만히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 준다. 그런데 잠시 안고 있는 동안이다. 작은 변화가 느껴진 것은. 무겁게만 느껴지던 삶의 무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즐거운 에너지가 품안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역시 아빠라는 일은 해 볼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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