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다룬 『대망』을 여러번 읽었던 나는 이에야스의 삶에 일종의 존경심 같은 것을 갖고 살아온 듯 하다. 힘없는 제후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적 볼모로 붙잡혀 가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생존력을 키웠고 타고난 총명함과 카리스마로 훌륭한 가신들을 하나로 규합, 함께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일본 전역을 통일, 막부를 개설한 인물.
나는 그를 통해 인내하는 삶의 무게를 배웠고, 동료애와 헌신하고 신뢰하는 삶에 감동했다. 약육강식의 전국시대에서 힘없는 주인공이 삶을 개척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일종의 희열같은 감정도 느꼈다. 젊은 날 내게 주어진 버거운 임무를 미흡하지만 그나마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대망』이라는 책이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
난 시바 료타로의 소설을 믿는다. 생생한 현장감도 좋지만 그것이 철저한 고증에 의해 이뤄진 재현이라는 점에 놀란다. 『료마가 간다』에서 보여줬듯 자신이 묘사할 지역은 직접 발로 밟아 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고집장이인 것이다. 또한 소설 한편을 위해 모은 자료가 트럭 1대분량이라고 하니...
시바 료타로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적이자 역사의 패자인 이시다 미쓰나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시다 미쓰나리는 이에야쓰의 일생의 라이벌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심복으로 히데요시의 유명을 받들어 후계자 히데요리가 최고의 통수권자가 되는데 목숨을 건다.
히데요시의 밑에 있기엔 이미 너무나 거인이었던 이에야스는 히데요시가 죽자 바로 천하를 제패할 야심을 드러내고 미쓰나리가 규합한 히데요리 수호파와 이에야스 옹립파 간에는 숙명이 대결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전장이 바로 세키가하라 평야였다.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본의 중세와 근세의 분수령으로 불리운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세우며 근대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전투는 이에야스의 강점과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전투이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전투는 개시 이전에 승부가 이미 나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사전공작과 포섭, 정보수집에 전투 이상의 공을 들인다. 그는 인간이란 명분을 중시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됨을 알고 있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것이다.
반면, 이 책의 주인공 미쓰나리는 똑똑한 사람의 전형이다. 직설적이고 원론적이다.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는 원칙을 관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바른 말 잘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기 쉬운 성격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대개 명분을 중시한다.
3.
현실에서는 두 유형이 충돌하면 언제나 이에야스 같은 유형이 승리한다. 100% 까지는 아니어도 대개 그렇다. 그렇다면 료타로는 왜 미쓰나리를 주인공으로 그렸을까? 이에야스와 극명한 대비 속에 그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목해 보게 된다.
모시던 주군이 죽으며 코흘리개 아들을 부탁했다. 다들 이에야스가 무서워 뒤로 물러서지만 결국 물러서지 않는 사내 미쓰나리. 그에게서 료타로가 발견한 것은, 굳이 한마디로 한다면 '미련한 고집' 정도일까? '대세'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 모두들 힘에 굴복해 우루루 몰려가기만 하는 이해관계의 세상에서 조금은 비호감인 미쓰나리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 료타로가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지...
20대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다룬 『대망』을 여러번 읽었던 나는 이에야스의 삶에 일종의 존경심 같은 것을 갖고 살아온 듯 하다. 힘없는 제후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적 볼모로 붙잡혀 가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생존력을 키웠고 타고난 총명함과 카리스마로 훌륭한 가신들을 하나로 규합, 함께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일본 전역을 통일, 막부를 개설한 인물.
나는 그를 통해 인내하는 삶의 무게를 배웠고, 동료애와 헌신하고 신뢰하는 삶에 감동했다. 약육강식의 전국시대에서 힘없는 주인공이 삶을 개척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일종의 희열같은 감정도 느꼈다. 젊은 날 내게 주어진 버거운 임무를 미흡하지만 그나마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대망』이라는 책이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
난 시바 료타로의 소설을 믿는다. 생생한 현장감도 좋지만 그것이 철저한 고증에 의해 이뤄진 재현이라는 점에 놀란다. 『료마가 간다』에서 보여줬듯 자신이 묘사할 지역은 직접 발로 밟아 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고집장이인 것이다. 또한 소설 한편을 위해 모은 자료가 트럭 1대분량이라고 하니...
시바 료타로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적이자 역사의 패자인 이시다 미쓰나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시다 미쓰나리는 이에야쓰의 일생의 라이벌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심복으로 히데요시의 유명을 받들어 후계자 히데요리가 최고의 통수권자가 되는데 목숨을 건다.
히데요시의 밑에 있기엔 이미 너무나 거인이었던 이에야스는 히데요시가 죽자 바로 천하를 제패할 야심을 드러내고 미쓰나리가 규합한 히데요리 수호파와 이에야스 옹립파 간에는 숙명이 대결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전장이 바로 세키가하라 평야였다.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본의 중세와 근세의 분수령으로 불리운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세우며 근대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전투는 이에야스의 강점과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전투이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전투는 개시 이전에 승부가 이미 나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사전공작과 포섭, 정보수집에 전투 이상의 공을 들인다. 그는 인간이란 명분을 중시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됨을 알고 있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것이다.
반면, 이 책의 주인공 미쓰나리는 똑똑한 사람의 전형이다. 직설적이고 원론적이다.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는 원칙을 관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바른 말 잘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기 쉬운 성격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대개 명분을 중시한다.
3.
현실에서는 두 유형이 충돌하면 언제나 이에야스 같은 유형이 승리한다. 100% 까지는 아니어도 대개 그렇다. 그렇다면 료타로는 왜 미쓰나리를 주인공으로 그렸을까? 이에야스와 극명한 대비 속에 그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목해 보게 된다.
모시던 주군이 죽으며 코흘리개 아들을 부탁했다. 다들 이에야스가 무서워 뒤로 물러서지만 결국 물러서지 않는 사내 미쓰나리. 그에게서 료타로가 발견한 것은, 굳이 한마디로 한다면 '미련한 고집' 정도일까? '대세'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 모두들 힘에 굴복해 우루루 몰려가기만 하는 이해관계의 세상에서 조금은 비호감인 미쓰나리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 료타로가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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