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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삶에의 단상

역경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 2가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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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it of the vine
Originally uploaded by jaki good
1. 경쟁과 갈등이 주어짐에 감사하기

벼농사에서 김매기는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한 농가에서는 김매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그렇다고 제초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잡초를 벼들 사이에 그냥 살려둔다고 합니다. 농약을 뿌리지도 않으며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는데... 그러면서도 양질의 쌀을 매년 꾸준히 생산한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재배하는 것은 농부가 게으르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건강한 쌀을 매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왜 그럴까요.

김을 매거나 제초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잡초들이야 죽겠지만 그 와중에 벼는 경쟁없이 자라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흙에서 영양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없다보니 벼로서는 깊게 뿌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일견 결실은 많이 맺겠지만 뿌리가 허약해 병충해나 기상이변에 취약해질 것입니다. 뿌리가 짧다보니 비료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고 비료에 익숙해지면서는 뿌리가 더 허약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과다한 비료에 길들여진 벼는 과식을 하는 아이와 같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쌀 알곡이 많이 열리겠지만 멀리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되는 것인데, 과체중 어린이들이 조기 성인병에 걸리거나 환경병에 맥을 못추는 것처럼, 내성이 전혀 없는 벼들은 병충해나 기후변화에 속절없이 죽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당장의 소출이 줄긴하겠지만 몇 해 잡초들 틈에서 자란 벼는 더욱 내성이 강해지며 튼튼한 뿌리를 내릴 볍씨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일단 그런 식으로 벼를 믿고 인내심있게 농사를 짓다보면 병충해에도 강하고 화학비료도 필요하지 않으며 잡초들 틈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벼 품종이 생겨나 오래 오래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다만 그 농가에는 잡초들이 지나치게 번식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노하우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어 아쉽네요.

2. 어려운 환경에서 자람에 감사하기

프랑스는 와인이 유명하며 그 만큼 양질의 포도산지입니다. 일조량과 계절온도, 그리고 수질이 포도를 기르는데 알맞은 것이지요. 프랑스 중에서도 이러한 조건이 좋은 한 포도산지에서는 포도나무를 일부러 척박한 땅에 심는다고 합니다. 왜 일까요?

포도나무를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흙에 심으면 당장에는 좋을 것입니다. 쉽게 자라고 누가 보더라도 먹음직스런 포도가 열리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에 불과합니다. 좋은 흙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는 가까운 곳에 영양분이 많기 때문에 뿌리를 깊에 내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뿌리가 얕기 때문에 지표면에 가까운 흙에서 오염된 물을 흡수하게 되고 이것이 포도의 품질을 현격히 떨어뜨리게 됩니다.

반면 척박한 땅에 심어진 나무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뿌리를 깊게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길게 자란 뿌리는 땅 속 깊이까지 내려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고 좋은 물을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물을 흡수하는 깊이의 정도가 포도주를 명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갈림길을 만드는 차이가 됩니다.

역경이 없기를 바라며, 평탄하고 만만한 길에서 안주하는 삶, 작은 시련과 역경에 쉬 좌절하고 투덜거리는 삶이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이런 기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역경이 있어 내 삶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