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이 화제다. 스페인 산티아고길에 비견되는 제주의 새 관광상품이다. 비교하기에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이런 새로운 체험을 한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먼저 비견되는 산티아고길에 대해 알아본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사람들은 이 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올로 코엘료가 첫 소설 '순례자'에서 소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남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되어 스페인 북쪽을 가로질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끝나는 800킬로미터 도보길. 지금도 많은 순례자들이 이 길 위에서 대지를 느끼며 걷고 있다. 왜 이 먼 길를 걷는가.
알려지기로는 자신을 찾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란다. 즐거움과 볼거리를 찾는 사람이 나설 길은 아니라고. 그저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걷는 것 뿐인데 편함에 길들여진 이들이 어찌 견딜 수 있을까. '나는 왜 이 길을 걷는가?'하는 자문을 품고 가야 하는 길. 대자연이 펼쳐놓은 풍경에 때로 오래도록 멈출 수 밖에 없는 길. 장엄한 노을... 힘든 여정을 마치고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에 도착하는 순간 그저 펑펑 울어버릴 수 밖에 없는 그 길. 다녀온 이들은 말한다. 나를 찾고 싶어 걸었지만 오히려 많은 걸 내려놓고 왔다고. 그래서 꼭 한번 다시 가려한다고.
나는 이 시대 젊은 청년들과 산티아고를 걷는 상상을 하곤 했다. 꿈이 무엇인가. 물으면 대답에 어려움을 겪는 그들. 그들과 함께 무작정 걷고 싶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스스로 알아서 활짝 피어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걸으며 듣고, 지친 다리를 쉬며 듣고. 얼마나 멋진 여행이 될 것인가. 도서관을 박차고 나와, 복수전공과 학점에 연연하지 말고, 토익 책은 그만 내려놓고 가야 하는 길. 그렇게 한 달이다. 갈 수만 있다면 잃은 것에 비할 수 없이 많은 것을 얻어 오리라는 확신이 있다.
스케일과 전통면에서 보자면 산티아고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올레길도 산티아고길이 가진 의미를 조명해야 한다. 빨리 빨리 즐기는 여행이 아닌 뭔가 가득 채우고 또 훌훌 버리는 여행지를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우리나라에도 이런 길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으로서 참 반가웠다. 또한 뜻있는 분들의 눈물 겨운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니 더욱 감사한 일이다. 제주 동쪽 성산 부근에서 출발해 아름다운 제주의 남쪽 해변을 돌아 서쪽으로 마무리하는 올레길. 마음이 설렌다. 산티아고는 너무나 멀지만 올레길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훌쩍 찾아갈 수 있지 않은가.
올레길이 큰 호응을 얻고 있음은 여행상품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항공료와 숙박비를 결합한 가격경쟁식 상품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감여행 등 올레길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대학생, 신입 직장인 등 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도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 시대 젊음을 위해 살아가려는 청년 멘토로서 서명숙 님을 비롯 올레길을 만들어 낸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이 걷고 생각하고 비우리라. 그리고 올레를 찾는 젊음에게 다음과 같은 격려의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서 나는 생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얻었습니다.
<목적지를 정하라. 미련 없이 떠나라. 다른 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교감하라>
이를 실천한다면 중대한 배움을 얻을 것입니다." - 파올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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