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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미실, 그리고 선덕여왕인가
기업인재연구소
2009. 11. 11. 16:54
장안의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 50회가 지났다. 극 초반부터 강렬한 카리스마로 시청률을 견인해오던 미실역의 고현정이 드디어 극에서 빠지는 시간이었다. 다른 이야기들은 다 빼고라도 몇 가지 주목할 장면들이 있어 모아본다. 이 장면들은 왜 지금 미실, 그리고 선덕여왕인가...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무언가가 있다.
위대함을 떠올릴 정도로 미화시킨 미실의 죽음
그 동안 미실은 황후가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숱한 남자를 내세우며 무수한 사람들을 죽이고, 백성들을 공포로 몰아넣어왔다. 또한 덕만과 춘추 등에 밀리게 되자 왕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간 쌓아왔던 정도의 길을 버리고 모략을 통한 정변을 일으켜 왕을 감금하고 위국령(계엄령)까지 선포한다. 그런데 그러던 그녀가 마지막회가 되자 변했다. 갑자기 그릇이 커진 것이다. 신국(신라)를 향한 애정과 그간 지켜왔던 자기 최후의 자존심을 드러내며 "이제 그만 할래요..." 한다.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원군에게 파발을 보내 국경을 지키라 명한다. 정도의 미실, 원칙의 미실로 급히 돌아선 것이다.
그간 매정함과 잔인함을 트레이드마크로 했던 미실. 마지막 순간에는 한 없이 자애롭고 사려깊은 리더였다. 상대에 대한 연민과 배려, 진심을 담은 충고와 나서고 물러섬의 중용...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지도자였다. 충신 설원에게, 아들 비담에게, 그리고 적인 덕만 공주에게 모두 그러했다. 마지막이 되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고현정이 그려낸 최후의 미실은 기품에서도 포용력에서도 발언의 권위에서도 한 차원 달랐다.
비굴하지 않게 맞이한 마지막 순간도 장렬했다. 승장 덕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독주를 마신 미실은 아들 비담과 몇 마디를 나눈 후 조용히 눈만 감는다. 미동도 없이. 그리하여 덕만이 나타났을 때 그 자세 그대로 군왕의 위엄으로 자리를 지켰다.
드라마의 선악 구도에 익숙한 분들 중에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한 분들은 없었는지? 혹은 철저히 무너지는 미실을 기대한 분들은? 마지막까지도 오히려 더 미화되고 존재감이 부각되는 미실의 명장면들을 보면서 문득 어떤 영감이 질문 형태로 떠올랐다. 역사에도 미미한 여인을 왜 이처럼 미화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가?
여인들이 천하를 논하다
덕만과 미실이 단독으로 담판을 하는 장면. 한 반도 남단 구석의 작은 나라이긴 하나 한 나라 주인의 자리를 놓고 두 여인이 마주 앉아 한 쪽은 화해의 손을 내밀고, 한 쪽은 자신의 나라라며 뿌리친다. 그 동안 그런 자리는 의례 남자 주인공들의 차지였다. 여인은 그런 자리에서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선덕여왕에서 그 동안의 줄거리를 따라온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 없다.
미실이 위국령하의 국가 대표로서 당나라의 사신을 영접하는 장면도 뚜렷한 필연성 없이 등장했다. 사실 그 사신들이 등장하는 씬을 돌이켜보면 오직 단 하나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신흥 강대국 당나라의 사신을 앞두고 미실이 보여준 당찬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꼬리를 내리는 사신... 무엇을 위해 의도된 장면일까.
여인들의 천하에 남자들의 충성과 헌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실과 덕만은 사람을 모으려 노력했고 남자들의 연이은 충성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양상을 사뭇 달랐다. 덕만은 진평왕의 맏딸로서 성골이며 본래 화랑의 주인이고 병약한 왕을 대신하여 정무를 주도했다. 왕에게 아들이 없었던 만큼 왕위 계승자로서도 가능성이 높았다. 충성의 이유는 어찌보면 확실했다. 이에 비해 미실에게 충성하는데에는 이러한 신분, 지위와는 상관없는 요소가 작용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은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이다. 뇌쇄적 매력 외에도 리더십과 카리스마, 상황판단력, 실행력 등을 갖춘 미실은 뛰어난 지휘관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여인이 모든 이들의 충성을 이끌어내기엔 다소 부족하다. 거기에 그녀가 천신황녀로서 갖고 있던 대중적 영향력이 더해져 비로소 충성의 이유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천하를 잡으려면 민심을 잡아야 한다. 미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신에게 신비감을 더했고 때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소문으로 퍼뜨려 공포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덕만도 민심을 중시한다. 미실에게 배운대로 천신황녀의 지위를 쟁취하여 신비감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미실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민심을 끌어모은다. 방향이 다를 뿐 지향하는 점은 같았던 것이다.
민심 모으기... 그 민심 모으기의 구심점... 왠지 현대 정치판, 그리고 지금의 정치 판세가 떠오르지 않는가?
왜 지금인가
이런 여러 장면들... 달리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고 또 재미와 시청율을 위해서라면 달리가도 더 좋았을 법한 장면들이 어떤 일관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보았다.
여성 정치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의 전환,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의 타파...
조금은 엉뚱한지? 차기 말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가 여성이다보니...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 셈이지도 모르겠다. 과민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별로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드라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있을까? 현 정권도 이미 오래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형성된 성공신화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역할을 했던 배우가 현재 내각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앞으로 덕만공주의 즉위에 반대해 난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는 미실 보다는 왕이 되는 덕만공주에 촛점이 맞춰질 것이다. 역사 속의 미실 보다 미실이 훨씬 탁월한 정치인으로 그려졌듯이 왕이 되는 덕만공주가 또 얼마나 위대한 지도자로 그려질지...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이요원이 고현정 만큼의 '분위기 표현능력'이 안된다고들 하니 '의도과 실제'의 갭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될 수 있겠다 기대하면서...
ps. 선덕여왕을 틀어대는 방송국이 MBC라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냥 별 생각없이 즐기며 보는게 가장 편한 것인데 쯧쯧... 또 괜한 생각을 한 듯... ㅎㅎ
위대함을 떠올릴 정도로 미화시킨 미실의 죽음
그 동안 미실은 황후가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숱한 남자를 내세우며 무수한 사람들을 죽이고, 백성들을 공포로 몰아넣어왔다. 또한 덕만과 춘추 등에 밀리게 되자 왕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간 쌓아왔던 정도의 길을 버리고 모략을 통한 정변을 일으켜 왕을 감금하고 위국령(계엄령)까지 선포한다. 그런데 그러던 그녀가 마지막회가 되자 변했다. 갑자기 그릇이 커진 것이다. 신국(신라)를 향한 애정과 그간 지켜왔던 자기 최후의 자존심을 드러내며 "이제 그만 할래요..." 한다.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원군에게 파발을 보내 국경을 지키라 명한다. 정도의 미실, 원칙의 미실로 급히 돌아선 것이다.
그간 매정함과 잔인함을 트레이드마크로 했던 미실. 마지막 순간에는 한 없이 자애롭고 사려깊은 리더였다. 상대에 대한 연민과 배려, 진심을 담은 충고와 나서고 물러섬의 중용...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지도자였다. 충신 설원에게, 아들 비담에게, 그리고 적인 덕만 공주에게 모두 그러했다. 마지막이 되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고현정이 그려낸 최후의 미실은 기품에서도 포용력에서도 발언의 권위에서도 한 차원 달랐다.
비굴하지 않게 맞이한 마지막 순간도 장렬했다. 승장 덕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독주를 마신 미실은 아들 비담과 몇 마디를 나눈 후 조용히 눈만 감는다. 미동도 없이. 그리하여 덕만이 나타났을 때 그 자세 그대로 군왕의 위엄으로 자리를 지켰다.
드라마의 선악 구도에 익숙한 분들 중에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한 분들은 없었는지? 혹은 철저히 무너지는 미실을 기대한 분들은? 마지막까지도 오히려 더 미화되고 존재감이 부각되는 미실의 명장면들을 보면서 문득 어떤 영감이 질문 형태로 떠올랐다. 역사에도 미미한 여인을 왜 이처럼 미화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가?
여인들이 천하를 논하다
덕만과 미실이 단독으로 담판을 하는 장면. 한 반도 남단 구석의 작은 나라이긴 하나 한 나라 주인의 자리를 놓고 두 여인이 마주 앉아 한 쪽은 화해의 손을 내밀고, 한 쪽은 자신의 나라라며 뿌리친다. 그 동안 그런 자리는 의례 남자 주인공들의 차지였다. 여인은 그런 자리에서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선덕여왕에서 그 동안의 줄거리를 따라온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 없다.
미실이 위국령하의 국가 대표로서 당나라의 사신을 영접하는 장면도 뚜렷한 필연성 없이 등장했다. 사실 그 사신들이 등장하는 씬을 돌이켜보면 오직 단 하나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신흥 강대국 당나라의 사신을 앞두고 미실이 보여준 당찬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꼬리를 내리는 사신... 무엇을 위해 의도된 장면일까.
여인들의 천하에 남자들의 충성과 헌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실과 덕만은 사람을 모으려 노력했고 남자들의 연이은 충성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양상을 사뭇 달랐다. 덕만은 진평왕의 맏딸로서 성골이며 본래 화랑의 주인이고 병약한 왕을 대신하여 정무를 주도했다. 왕에게 아들이 없었던 만큼 왕위 계승자로서도 가능성이 높았다. 충성의 이유는 어찌보면 확실했다. 이에 비해 미실에게 충성하는데에는 이러한 신분, 지위와는 상관없는 요소가 작용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은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이다. 뇌쇄적 매력 외에도 리더십과 카리스마, 상황판단력, 실행력 등을 갖춘 미실은 뛰어난 지휘관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여인이 모든 이들의 충성을 이끌어내기엔 다소 부족하다. 거기에 그녀가 천신황녀로서 갖고 있던 대중적 영향력이 더해져 비로소 충성의 이유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천하를 잡으려면 민심을 잡아야 한다. 미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신에게 신비감을 더했고 때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소문으로 퍼뜨려 공포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덕만도 민심을 중시한다. 미실에게 배운대로 천신황녀의 지위를 쟁취하여 신비감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미실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민심을 끌어모은다. 방향이 다를 뿐 지향하는 점은 같았던 것이다.
민심 모으기... 그 민심 모으기의 구심점... 왠지 현대 정치판, 그리고 지금의 정치 판세가 떠오르지 않는가?
왜 지금인가
여성 정치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의 전환,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의 타파...
조금은 엉뚱한지? 차기 말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가 여성이다보니...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 셈이지도 모르겠다. 과민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별로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드라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있을까? 현 정권도 이미 오래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형성된 성공신화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역할을 했던 배우가 현재 내각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앞으로 덕만공주의 즉위에 반대해 난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는 미실 보다는 왕이 되는 덕만공주에 촛점이 맞춰질 것이다. 역사 속의 미실 보다 미실이 훨씬 탁월한 정치인으로 그려졌듯이 왕이 되는 덕만공주가 또 얼마나 위대한 지도자로 그려질지...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이요원이 고현정 만큼의 '분위기 표현능력'이 안된다고들 하니 '의도과 실제'의 갭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될 수 있겠다 기대하면서...
ps. 선덕여왕을 틀어대는 방송국이 MBC라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냥 별 생각없이 즐기며 보는게 가장 편한 것인데 쯧쯧... 또 괜한 생각을 한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