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환경과 미래

사망에 가속도를 내는 지구와 원자력의 딜레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9. 07:33
1.
원자력은 혐오 에너지이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핵폭탄이 연상되는 원자력발전소는 때로 관리부실로 큰 피해를 낳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폐기물 처리장을 짓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자기 동네에 방폐장을 들여오고 싶어하는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크게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또한 원자력을 늘리자는 말은 환경론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어있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른 말 해야 할 때가 있다.

2.
현재 인류는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1970년대에 이미 석유에 대한 의존도와 이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인류는
다각도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다음의 이유 때문이다.

- 대체 에너지 개발이 기대만큼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 화석연료의 경제적인 매력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개발 중인 국가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에너지 보다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상대적으로 더욱 해로운 에너지인 석탄사용량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석유채굴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채산성 문제로 지연되고 있던 중유개발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가 이뤄지면서 석유나 가스 매장량과 사용연한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3.
그간 선진국에서 누린 사치와 향락은 후진국이 개발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가능했다.
찬란한 네온사인과 4계절 에어컨디셔닝, 거리마다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가 그러했고
흥청망청 써댔던 수돗물과 계단을 대체하는 에스컬레이터가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는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40%가 되는 중국과 인도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된다.
화석연료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속도에 비해 이들 나라가 개발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다.

2030년이 되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비중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수치가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 아무리 많이 늘어나도 10%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석유로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천연가스가 메울 것이고 석탄 사용량도 다시 늘어날 것이다.
2030년이 되어도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80%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통계자료에서 보이는데 상당히 암울한 그림이 그려진다.
 
이미 지구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로 지구 온난화가 진전될 경우 2030년에 인류가 맞이해야 하는
지역적, 국지적인 재앙을 예상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매우 끔찍한 일이다.
현재의 인류는 자손들의 미래를 저당잡힌 채 사치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우리 자손들이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4.
현재로서의 대안은 2가지이다.

선진국과 개발중인 국가들이 모여 합의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규제하는 것이 첫 번째다.
에너지로 누리는 모든 문명의 혜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사용에 대해 엄청난 세금을 물려서 수요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자동차세, 수도세, 네온사인세, 전기세, 실내온도세(?) 등등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어떤가. 우리의 일상이 매우 불편해진다. 비용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리 현실적인 대안이 못된다는 뜻이다.

두 번째 대안은 원자력이다.
대신 이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체 에너지 개발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
대체 에너지에 연구인력을 확충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여 상용화를 앞당기고
그 시간을 버는 동안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대폭 증대시키는 것이다. 
즉, 원자력이 궁극적인 대안이 아니라 임시방편인 셈이다.

이 대안을 처음 대중에게 제시한 이는
가이아 이론의 제창자이기도 한 제임스 러브록 박사이다.
그에 따르면 화석연료에 비해 원자력은 상대적으로 지구 친화적인 에너지이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임계점을 넘었고 점점 위로 올라가는 중이다.
지구 생태균형을 파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지 않으면
인류는 되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라는 그의 경고를 가볍게 들을 수 없다.

원자력, 필요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