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삶에의 단상

오만에 대한 오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20. 23:50

오만한 사람이 용기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오만한 사람이라면 일단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과감하고 용감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

젊은 시절 꽤 오만했고, 지금도 오만함을 버리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필자는 나름 오만함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오만한 사람을 만나도 과거 스스로가 보였던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서 그 마음에 대해 대개 이해가 되는 것이다. 


오만함은 자존심의 부정적 갈래이다. 오만한 사람들은 이런 특징을 드러낸다.
약자에게 비열하며 강자에게 비굴하다.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 상대의 약점만을 보려하고 사실을 인정하기 보다는 거짓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핑계와 남탓을 일삼는다. 또한 어려운 난관 앞에서는 쉽게 포기한다. 이런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면 문제는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오만하지 않았지만 일시적인 성공에 도취되면서 급격히 오만함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다.


오만의 반대는 겸손이다. 겸손한 사람은 이와 반대로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한다.
칭찬과 감사를 진심으로 할 수 있다. 오만한 사람이 결코 할 수 없는 사과도 신뢰를 줄 정도로 잘 한다. 지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고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로 생각한다.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남의 탓을 하지 않으며 잘못을 곧 바로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 강자도 약자도 모두 존중한다.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고 말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한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마음이라고 했다. 용기는 겸손한 사람이라야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오만한 사람의 용기는 가짜라는 뜻이다. 진정 용감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비열하고 비굴한 생각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용기와 비열함은 상극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오만한 사람이 용감하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이처럼 내면의 힘은 진실함에서 나온다
. 그리고 이러한 진실함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발휘하는 바탕이 된다. 이런 사람에게 개인적인 욕심을 넘어서는 삶의 의미가 생겨나면 그것을 소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소명은 그 사람의 진심을 적신 다음 굳건한 사명감을 만들어낸다. 사명감이 있다면 누구나 용감한 사람이 된다.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본다. 오만한 사람은 실제로는 비겁하다. 겸손한 사람은 비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겸손한 사람들 모두가 용감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용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명감이다. 누구라도 삶의 이유, 즉 자신의 소명을 자각하는 순간,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소명이 가볍지 않고 큰 무게로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겸손해 질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용기와 겸손은 짝이 되면서 비로소 배가된다. 궁합이 잘 맞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