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삶에의 단상

내 존재가 디지털이 돼야 할 충분한 이유, 그 하나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1. 18:01

칼 세이건의 저서 『에덴의 용』의 서장에 우주력(宇宙歷)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주력이란...

150억년 전 빅뱅(Big Bang)을
새해 첫 날인 1월 1일 0시로,
2007년 지금을 제야의 종이 울리는 때로 가정한 후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을
1년 달력 안에 넣어본 것...을 말하지요.

실제 10억년이 우주력에서는 겨우 24일에 불과하고 우주력의 1초는 실제의 약 475년에 해당합니다.우주력에서 주요 사건들을 몇 개만 골라보면...

* 4개월이 지난 5월 1일, 은하수 탄생
* 9월 9일 태양이, 5일 지난 9월 14일 지구가 생겨났다. 이 지구에 생명이 생겨난 것은 지구가 만들어진지 11일째인 9월 25일.
* 최초의 곤충은 12월이 되어서야 생겨났다. 16일 쯤?
* 12월 20일에는 땅에서 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 공룡은 12월 24일 생겨났다.27일 전성기를 맞았고 28일 멸종되었다.
* 포유류는 12월 26일쯤 생겨났다.
* 최초의 인류가 생겨난 것은 12월 30일. 현생인류가 태어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
* 12월 31일 밤 10시 30분. 드디어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생겨났다.
  - 이들이 농사를 발명한 것은 11시 59분 20초
  - 영적인 삶의 두 중심, 부처는 11시 59분 55초, 예수는 11시 59분 56초에 태어났다.
  - 지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징기즈칸의 시대는 11시 59분 58초 쯤.
  - 과학은 11시 59분 59초에 만들어져 자본주의와 산업시대를 열었으며

* 마침내 섣달 그믐, 한 해의 마지막 순간인 '현재'가 되었다. 새해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또 하나의 150억년... 인간의 시야는 이런 규모에서는 너무나 좁기만 하다.

우주력에서 보면 인간의 수명은 0.1초에서 머물다가 극히 최근에야 0.1초를 더한 셈입니다. 이제 겨우 0.2초... 이처럼 작디 작은 시간만 허락된 삶...  이는, 무수한 고인돌과 이집트의 피라미드, 수많은 무덤과 묘비들이 필요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존재가 디지털이 되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 중의 하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블로그가 아날로그로서의 나 만큼이나 아이덴티티를 얻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Being Digital... 진지하게 생각해 볼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