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영화와 공연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6. 28. 20:40
아직 여름방학은 안되었지만 초등학생인 딸과 주말 데이트 아이템으로 골랐다. 26일 개봉. 한편의 잘 만든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많은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일본의 대표적인 요괴인 갓파는 강에 산다고 알려진 상상 속의 동물. 몸은 개구리를 닮았고 산발 머리 가운데에는 마치 원형탈모처럼 뚜껑이 있는데 그곳에 습기가 말라버리면 힘을 쓰지 못한다.
지진으로 땅 속에 화석처럼 갖힌 채 죽은 듯 굳어있던 갓파 한 마리가 수 백년이 지나 한 소년에게 발견된다. 그후 쿠 라는 이름을 얻고 소년의 집에서 가족이 되어 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버무렸다. 소년과의 깊은 우정이 작품을 관류하는 주된 축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인간이 거짓말을 하지."
갓파의 진실함에 대비되는 인간사회의 비겁함과 경망함이 강렬하고, 갓파가 뛰놀던 자연과 대비되는 메마른 도시의 삶이 초라하다. 인간인 친구에게 철저히 보호 받아야 살아가는 존재이면서도 갓파는 영리한 인간 보다 몇 길 위의 참된 삶을 그의 순수함 속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혜는 겸손한 법.
웃음과 눈물이 잘 어울린 명작이다. 지브리스튜디오의 [이웃집 토토로]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작품이 될 듯.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전체적인 색깔이 사뭇 다르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갓파 쿠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코구레 마사오 원작, 하라 케이이치 감독